1. - 편지를 받을 누군가에게 세계의 끝엔 낙원이 있을까요? 아니면, 종말은 그저 종말일 뿐일까요. 요즘 하고 있는 생각입니다. 이 편지가 누군가에게 닿는다니 묘한 기분이네요. 마치 벽에 대고 혼잣말을 하는 것 같기도, 흰 도화지에 혼자 떠드는 것 같기도 해요. 거긴 날씨가 어떤가요? 요즘은 따뜻한 날씨가 그리워요. 아, 본 적이 없으니 그립단 말은 틀린 말일까요? 여긴 찬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거든요. 여름을 맞은 지 너무 오래예요. 제가 태어난 후엔 끝없는 겨울이 펼쳐졌다고 하니, 아마 앞으로도 여름을 볼 날은 없겠죠. 누군가는 제게 미쳤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. 외로움에 미쳐 돌아 애먼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든가, 그것도 아니면… 괜히 외로움을 흉내낸다고 한다든가. 그렇지만 잘 모르겠어요. 따뜻함이..